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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후진술> 인터뷰 - 유성재 배우


<해당 인터뷰는 작품 최후진술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후진술>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선 이 극은 갈릴레오가 죽은 뒤 심판을 받기 전에 연옥에서 겪는 여정을 그린 극이예요. 윌리엄은 그 곳에서 가이드를 맡고 있고요. 갈릴레오를 만나게 되면서 윌리엄이 잊고 있었던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고, 갈릴레오를 그가 가고자 했던 올바른 길로 인도를 하는 역할입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뿐 아니라 프톨레마이우스, 코페르니쿠스, 프레디, 밀턴 등의 여러 캐릭터를 함께 소화 중인데 다양한 멀티 역의 밸런스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유성재 윌리엄의 중심 노선은 무엇인가요?

초연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윌리엄과 멀티 캐릭터들을 구분해서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둘을 동일한 인물로 보고 연기하고 있거든요. 갈릴레오가 여정에서 만나는 인물들이 크게 보면 결국엔 한 방향을 가리키는 모습인 거죠.

그러다보니 극 중 넘버 ‘증언’에서도 초연 때는 절대자 앞에 나서기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삼연와서는 그조차도 갈릴레오를 이끌기 위한 일부이지 않을까. 좀 더 나서게 되는 것 같아요. 갈릴레오를 데리고 가는 여정 속에서 올바른 길을 선택하게하는 이정표가 되는 캐릭터가 되려고 해요.

그리고 처음으로 등장하는 코페르니쿠스가 갈릴레오에게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도록 연기 하려고해요. 예전엔 원래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 제가 정해두고 연기했다면, 지금은 캐릭터의 무겁고 가벼운 부분의 차이를 극대화해서 갈릴레오가 반응하고 표현하는 것을 통해 캐릭터를 표현하려고해요.


초연, 재연에 이어 삼연까지 함께했는데 이전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초-재연까지는 제가 뭘 보여주려고 했던 욕심이 너무 컸던 거 같아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컸었는데 지금은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가려내고, 진짜 진실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는 갈릴레오를 잘 가이드 하는 것과 나 자신의 열정을 찾는 것에 초점을 두고 매 순간의 느낌에 맡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욕심을 버렸다면 버린 건 맞는데 오히려 욕심을 부린 것이 될 수도 있겠네요.

이승현 배우와는 초연부터 계속 호흡을 맞추게 되었는데요.

승현이 형은 이제 가족이죠. 거의 3년동안 계속 극을 같이 하고 있어요. 승현이 형과 오랜 시간 같이 무대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돈독해지고 서로의 말과 감정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형도 저도 서로의 감정들을 더 배려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무대에서 많이 느껴요. 그래서 그런지 같이 무대를 하면 서로에게 편안해진 걸 넘어서 매번 더 새로운 걸 시도할만한 여유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매 순간의 직감에 맡기고 공연을 이끌어 가는 것이 가능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새로운 갈릴레오들을 만난 소감은?

희찬이는 굉장히 귀여워요. 그리고 노래를 너무 잘하잖아요. 그 친구가 가진 힘이 있어서, 무서운 갈릴레오가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순택이. 다들 저희의 친분을 주목하고 계시더라구요. 프로필 촬영 당시 인터뷰 때도 순택이가 친해지고 싶은 배우 1위를 절 꼽았다길래 기회는 이 때다 싶어서 이번 기회에 친해지게 됐습니다. (웃음) 그리고 갈릴레오와 윌리엄처럼 실제로 동갑이다보니 좋은 시너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새장을 얻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도 눈에 띄는데 특별히 공들였던 카타리나 공략법이 있으신가요?

옛날에 대자보도 만들고 뭘 주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절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이게제 목적이예요.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재미도 생기고 갈릴레오랑 투닥거리기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받고 싶다는 그 진심 자체가 바로 제 공략법입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승현이 형과 할 때예요. 거의 매번 싸움으로 이어지게 되거든요. 서로 워낙 잘 알아서 힘 조절이 가능한 덕분입니다. (웃음)


기억에 남는 참사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원래 극 중에서 갈릴레오가 자유이용권을 절대 뺏기면 안돼요. 근데 제가 이걸 너무 잘 뺏게 되더라구요. 예전에는 형훈이가 방심한 사이에 한 번은 진짜 뺏어서 가지고 퇴장했어요. 그래서 분장실까지 쫓아와서 가지고 나가고… (웃음) 그런게 참사라면 참사죠.

배우님이 말해주는 윌리엄의 TMI

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구는 돈다’ 넘버가 나올 때 뒤에서 그 감정선을 계속 이어가거든요. 그 때 갈릴레오의 말을 들으면서 여러가지 감정들을 찾고 있어요. 사실 그 부분에 조명이 안들어와서 객석에선 안보일 거예요. 하지만 그 부분이 저한테는 최후진술 마지막 엔딩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감정이라 놓지 않고 계속 이어가려고 노력하죠.

이 외에도 팬 분들이 갈릴레오랑 윌리엄이 엔딩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많이 물어보세요. 항상 저는 그 둘이 끝을 죽음 이상으로 승화시켜서 생각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둘 다 밤 하늘의 별이 됐을 거 같아요. 항상 누군가를 비춰주고 떠있는 것만으로도 남들에게 큰 기쁨을 주는 존재가 됐을 것 같아요.


윌리엄이 자유 이용권을 받았다면 하고 싶은 게 있었을까요?

갈릴레오를 만난 다음에 받았다면 당연히 글을 쓰러 갔을 것 같은데, 갈릴레오를 만나기 전이라면 열정을 찾기 전이라 다른 선택을 했을 거 같아요. 비슷하게 예전의 제 인생을 돌아봤을 때 현실에 더 이득이 있는 걸 따라갔을 것 같거든요. 물질적인 부분이나 영생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 소원을 빌었을 것 같아요. 윌리엄이 아닌 지금의 제가 자유 이용권을 쓸 수 있었다면 제가 배우로서 죽기 직전까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무대를 하는 것과 우리 가족의 행복과 평화 이 두가지만 있으면 돼요.


윌리엄이 최후 진술에서 증인으로 서면서까지 갈릴레이를 가이드한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요?

그 이유가 가장 확실하게 보이는 넘버가 ‘시인의 시간’이예요. 갈릴레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내 옛모습을 떠올리고 나의 열정을 깨닫게 되는데요. 윌리엄의 감정이 바뀌는 터닝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윌리엄이 갈릴레오를 가이드하듯 유성재에게도 가이드를 해준 대상이 있다면?

제 아내예요. 아내가 굉장히 올곧은 사람이예요. 저보다 10년 먼저 배우 생활을 했던 사람인데, 아이를 낳고 작품 활동을 못하게 된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과 현실에서 해야할 일 사이에서 흔들림없이 나아가는 사람이거든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전임을 그만두게 된 이유가 <최후진술>이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요. 윌리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저를 많이 돌아보게 됐거든요. 제가 윌리엄을 하면서 느낀게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게 뭐지? 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 고민을 얘기했을 때 쉬운 일이 아닌데도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항상 고맙고 제게 본보기가 되는 사람이예요.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겠죠.


갈릴레오를 맡게 된다면?

예전부터 ‘내가 죽는다’ 넘버를 좋아했어요. 그 넘버의 가사 중에 ‘죽음을 준비하면 죽음을 초대할까봐’ 라는 가사가 제게는 굉장히 의미 깊게 다가왔거든요. 예전에 저희 아버지가 가족 안장묘 얘길하시는데 따르기가 싫더라고요. 그런 걸 준비하기 시작하면 정말로 죽음이 찾아올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함이 있어서 힘들기도 했고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느껴졌던 때가 있었으니 갈릴레오를 한다면 이 곡을 꼭 하고 싶어요.


최후진술 콘서트. 특별 공연, 시상식 등 다양한 추억들이 있을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있나요?

초연에 두세줄 정도 채워놓고 공연하다가 마지막 공연 즈음엔 매진된 공연장에서 다 같이 떼창하던 기억이 나요. 시상식 무대도 역시 기억에 많이 남아있고요. 연습하면서 이 극을 대극장에서 하면 정말 멋있겠다는 상상을 많이 했었는데 그 꿈이 이뤄진 무대였어요.


최후진술로 해보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진짜로 대극장에서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방금 말한 것처럼 오케스트라로 음악 준비하고, 프레디 등장 때 하늘에서 등장한다던가 (웃음)

<공연사진 제공 장인 ENT>

<최후진술>을 통해 얻은 목표

제가 죽을 때까지 현실에 밀리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게 꿈이예요. 제가 최선을 다 해서할 수 있는 일에 지속적으로 열정을 쏟아 붓는 거요. 저와 비슷한 동년배 배우들은 ‘더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캐릭터도 줄어들텐데 뭐 먹고 살지?’ 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마련이거든요. 저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저는 그 때 그 때 마음 가는대로 열심히 하면 기회가 항상 찾아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만약 예전의 제가 이렇게 일을 하고 있었다면 힘들다고 투덜거리기만 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제게 주어지는 일에 감사함만 남네요.


마지막으로 유성재에게 최후진술이란?

지금은 저의 동반자인거 같아요. 제가 열정 하나 믿고 다시 왔잖아요. 저도 사람인지라 지칠 때도 있지만 계속 절 리마인드시켜주는 작품인 거 같아요. 제가 윌리엄으로서 갈릴레오를 바라보면서 느낀 감정들을 잊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윌리엄도 제 길잡이가 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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