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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백작> 인터뷰 - 이승현 ②



캐나다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안식년을 생각하고 간 건데… 절대 쉴 수 없었어요. 아이를 픽업하고 장보고 밥하면 하루가 끝납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바쁘고 너무 힘들었어요. (박현숙) 작곡가 친구가 혼자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을 거예요. 인건비가 비싸서 뭐든지 다 직접 해야 하고, 장을 보려고 해도 한국은 하나의 마트에서 다 해결이 가능하지만, 여기는 여러군데를 들려야 해요. 그러다 보면 해가 다 지고… 쉬기보다는 치열한 생존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게다가 시차 적응을 못 해서 3주간은 잠을 제대로 못 잔 편에 가까웠어요. 좀비 상태였죠. 다만 그래도 거기까지 간 게 아쉬워서 스케이트며 스키를 열심히 타긴 했어요. 사진으로 보면 정말 멋지지만, 실상은 힘들었다. (웃음)


쉬러 가시면서도 노래에 대한 부분은 놓지 않았네요.

저도 남는 게 있어야죠. 그리고 제가 레슨을 하기도 하니까 가르치는 스킬에 대한 것도 배우고, 제 자신의 노래에 대한 것도 배웠습니다. 기본부터 다시 배우다 보니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올해 초 단독 콘서트와 곡을 발매했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본인의 음악적 활동을 할 계획이 있는지?

생각은 항상 있죠. 곡도 쓰고 싶고, 콘서트도 하고 싶고요. 곡을 쓰는 게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요. 감정에 대한 사진. 곡을 쓰려면 가사를 먼저 써야 하는데, 지금은 가사를 쓰고 싶다는 마음만 있고 어떤 가사를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말이 없는 상태인 것 같아요. 꽤 오랫동안. 그래서 이런 작업도 해보고 있어요. 예전에 써놨는데 애매했던 곡들을 다시금 써보면 어떨까 하고,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콘서트도 다시 하고 싶은데 제가 일을 다 해야 하다 보니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프로그램이나 기획적으로도 다양하게 생각해 보다가도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요. 어떻게든 하긴 또 할 생각입니다.



일에서 책임감과 재미를 비교한다면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요?

책임감이 99%가 아닐까…


그러면 본인이 온전히 가져가는 건 1%뿐인가요?

그렇게 물어보니 책임감이 100%인 것 같아요. 물론 무대가 재밌죠. 예전에는 관객이 그냥 거대한 집단 정도로 느껴졌다면 요즘은 관객 개개인을 1:1로 마주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오늘 이 한 명이 백작을 보려고 얼마나 힘들게 왔을까. 이 사람에게 양질의 공연을 보여줘야 하는 게 나의 의무인데 혹시 내가 작전대로 해내지 못한다?” 하는 생각 때문에 괴롭죠. 이 사람의 기대와 시간과 돈을 책임져야 하는데, 저버리게 되는 경우가 너무 싫어요. 그리고 한 공연에는 배우뿐만 아니고 제작자와 작가의 글과 작곡가의 노래와 조명 감독, 오퍼레이터들의 수많은 약속이 모이는데, 나 하나가 잘못한다면… 이라는 두려움이 갈수록 커지는 것 같아요. 이게 뭐라고, 뭐가 그렇게 좋아서 이렇게 공연 전마다 부담감에 몸부림칠까 이런 생각 정말 많이 해요. 그래서 공연 전에 대본을 보고 또 보고… 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좋은 선배님이라고 말해주는 분들도 계시는데 정말 무서워서 계속 보는 겁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요?

안도하죠. 오늘도 무사했다! 보러오신 분들에게 최고의 공연이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작전대로는 했다. 그러다 뭐 하나라도 온전히 하지 못한 날은 정말 쥐구멍으로 숨고 싶어요. 하지만 그걸 티 내는 게 더 나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공연이었죠?”라고 말하며 마무리하고, 무대 뒤에서는 다시 대본 연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왜 계속하고 있는지, 나머지 1%에 대해 물어보신다면 저는 이걸 안 하면 아마 굉장히… 심심해할 거예요. 이걸 하지 않으면 제가 얼마나 답답해할지 알아요. 정말로 공연을 안 하는 순간이 온다면 이 소중함을 그리워하면서 다시 하고 싶어 하겠죠. 당연히 좋아하는 마음도 커요. 하지만 공연할 때는 책임감이 100%입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연이란 건 있을 수 없을 텐데요.

그래도 신경이 쓰여요. 모두를 다 만족 시킬 수 없다는 것도 알고,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알지만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관객의 마음을 만져주는 씬이 단 하나라도 있었으면 해요.



그럼, 공연의 압박감에서 벗어나서 눈을 돌릴만한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유튜브도 잘 안 보고 음식도 딱히… 최근에 재밌게 본 거라면 아주 오랜만에 <타이타닉>을 다시 봤는데 정말 너무너무 재밌게 다시 봤습니다. 이 외엔 관심 있는 건 없어요. 제가 뭐 하나에 꽂히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하나 고르자면 노래라고 할 수 있겠네요. 30년째 저의 관심사입니다.


이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아무도 자길 몰라도 좋으니 노래를 정말 잘하고 싶다.”라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남습니다. 지금도 변함 없나요?

진심이에요. 언제나 항상 그래요. 노래를 정말 잘하고 싶어요.


이승현이 생각하는 좋은 노래, 좋은 연기는 뭐예요?

노래나 연기를 따로 물어보셨다면 대답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노래-연기라고 하시니까 대답하기가 어렵네요. 노래에는 음정과 박자가 있잖아요. 언어로 치면 문법이 좀 더 많고 복잡한 말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노래에 감정을 실어 전달하는 것도 최근 들어서야 이제 좀 방법을 좀 알게 된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좋은 노래-연기에 대한 확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보이는 것에 충실하고, 진심을 담으며 음정과 박자를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노력하려 합니다.


미래의 이승현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지금의 생활이 나쁘지 않아요. 이렇게 공연 하고 있고, 가족도 있고,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 모두 건강하시고, 굉장히 행복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이 상황도 깨지겠죠. 당연한 이야기잖아요. 인간이라면 언젠가 죽으니까. 깨질 미래를 크게 걱정하는 건 아니지만 이것이 영원히 유지 되지 않을 것 또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의 이 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그리고 미래 얘길 좀 더 하자면 60살이 넘어서까지도 노래 선생 일도 병행하면서, 꾸준히 1년에 극 한개씩 무대에 길게 서고 싶어요.


스타일리스트 장현우

헤어/메이크업 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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