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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백작> 인터뷰 - 이승현 ①


완벽에는 끝이 없다는 믿음으로, 끝없이 걸어나가는 배우 이승현


 


※ 해당 인터뷰에는 뮤지컬<백작>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백작>으로 MJ Starfish에서 6번째 작품을 맡게 되셨네요.

6개나 했어요? 고맙죠. 아마 MJ Starfish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배우 대신 노래 선생님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여러 작품을 만나봤지만, 아직까지도 한결같이 느끼는 것이 있다면, 저에겐 이희준 작가님의 글이 항상 새롭고 세계 최고인 것 같습니다. 6번이 아니라 60번도 하고 싶습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작품적인 이야기에 앞서, 작가님의 극을 하게 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어요. 믿음을 가지고 장면들을 충실하게 표현하면 점묘주의 음악처럼 하나로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희준 작가님을 처음 만나게 된 극이<미아 파밀리아>라는 복잡한 구성의 작품이었는데, 그에 비해 <백작>은 쉽다고 말할 순 없지만 구조적으로는 어렵지 않은 극이라고 생각했어요.


백작에게는 여러 가지 수식어가 있지만 그걸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처음으로 생각한 건, 우아한 애티튜드가 기본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외적으로는 오래되고 우아하며, 섹시한 느낌을 내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작품의 주제는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랑할 것 같지 않은데 사실 속으로는 사랑밖에 없는 뱀파이어를 보여주고 싶었죠.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에 높은 포인트를 둔 것 같네요.

예전에는 비주얼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모든 지구인은 어쩔 수 없이 비주얼에 끌리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연기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 제가 아주 예전에 <동물원>이라는 작품을 할 때 이야기에요. 다른 배우가 기타를 치면 제가 그 옆에서 듣는 장면이었어요. 근데 연출님이 열심히 듣는 연기를 하라는 거에요. 아니, 나 진짜 열심히 듣고 있었거든. (웃음) 그땐 억울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진짜로 열심히 듣건 안 듣건, 귀를 기울이는 손짓과 동작을 보였다면 듣는 것 같았겠죠. 하지만 그때 저는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었던 거예요. 몸과 마음을 다해서 열심히 듣긴 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거죠.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게 연기다. 물론 거기에 마음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이런 생각을 늘 하고, 특히 이번 작품은 좀 더 관객한테 시각적인 부분이 중요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얼마 전, 작가님한테 질문했다는 내용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극 중에는 많은 비약과 상상이 있다 보니 이성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구간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작가님이 낯을 조금 가리시지만 그래도 제가 열심히 붙들고 여쭤보고 있죠. 한가지 예로, 병사가 떠나고 어느 정도로 슬퍼해야 하는지 여쭤봤어요. 부모를 잃었거나 배우자를 잃은 슬픔 정도일지, 제가 극 중에서 어느정도로 표현하면 좋을지 싶어서 물어봤죠. 그런데 백작은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거예요. ‘파괴.’ 그 단어가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사랑을 잃은 백작의 세상은 다 파괴된 상태인 거예요. 사랑밖에 없던 인물이니까요. 제가 잘 표현하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모든 게 다 파괴된 상태에서는 눈물도 잘 안 날 것 같아요. 이후에 테오도라를 만날 때는 그 여파가 남아있는 상태고요. 이렇게 던져주시는 단어들이 방향을 잡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믿는 그대로 진심을 다해 연기를 하면 파괴의 편린 정도는 관객 분들께 전달이 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항상 모든 역할은 ‘이승현’ 본인에게서 분화한다는 말을 이전 인터뷰에서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백작에는 이승현의 어떤 모습들이 담겨있나요.

굳이 나의 어떤 모습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나는 그냥 나니까요. (웃음) 같은 작가의 작품을 여러 개 하면 비슷한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이희준 작가님이 캐릭터를 참 다 다르게 써주셨더라고요. 그래서 텍스트와 무대 위 상황과 상대 배우와 나에게 최선을 다하면 늘 매번 다른 사람으로서 무대 위에 설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다만 하다 보면 나의 모습이 섞인 캐릭터가 탄생하게 되긴 하죠. 아까 백작을 표현하는 단어로 '우아함'을 말했는데, 평소 제 말투가 우악스럽진 않아서 그런 모습이 더 쉽게 담겼던 것 같습니다.



부드러운 면을 강조해서 표현해도 캐릭터가 가진 카리스마는 잃지 않았네요.

일부러 딱딱하고 센 느낌보다는 아무렇지 않게 V를 제압하는 모습이 더 세 보일 것 같았어요. 어차피 V는 아무리 화가 나도 정해진 대본 내에서라면 나를 터치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더 여유 있고 더 웃는 모습으로 대하고 있죠. 물론 후반부로 가면 V가 귀여워서 웃습니다. 이 외에도 백작이 하는 말들이 일반적으로는 자주 하지 않는 말이다보니 좀 더 일상어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백작 캐릭터를 대표하는 넘버는 무엇인가요?

19번, 키스. 오래 기다려 왔고, 나는 가고. 얘한테 맡기고. 그 노래 하나에 공연이 다 요약되어 있지 않나.


‘병사’, ‘사령관’, ‘테오도라’, ‘V’를 각각 한 단어로 말한다면요?

사랑 / 개XX / 회복 / 애송이구원자

테오도라에게는 ‘회복’보다는 더 무거운 단어를 쓰고 싶은데 고민되네요. 만약 테오도라를 만나지 못했다면 영화<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레스타드처럼 파삭한 상태로 겨우 살아있는 상태였겠죠. 병사가 기다리라고 했으니 죽지 못한 채로 영원히 파괴된 채로 있었을 것 같아요. V에게는 양면성이 있어서 2가지 단어를 붙여 썼는데, 오히려 테오도라에게 붙이기에는 고차원이라고 생각했던 ‘구원’이라는 단어가 쉽게 쓰이게 되는 게 신기하네요.



각 V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각 V들의 연기에 대한 것보다는 동료 배우로서 얘기 하고 싶습니다. 김지온 V는 상대적으로 V들 중에서 경력도 많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 친구라서 씬을 만들고 연기하면서 이 배우가 어떤 걸 할까, 계속 지켜보게 돼요. 서로 믿고 장면을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조성필 V는 텍스트를 지키려는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하는 친구입니다. 그런 성실한 면 때문에 저도 덩달아 같이 열심히 하고 집중하게 되는 힘이 있어요. 권태하 V는 감정이 풍부한 친구예요. 보고 있자면 마음이 많이 가는 타입입니다.


<백작>을 보는 관객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관객분들이 노래를 워낙 잘 따라 불러주시지만, 박자 부분이 하나가… 신경 쓰이는 게 있어요. ”너희를 위-해-” 이렇게 불러주시는데 악보대로라면 “너희를 위해- 싸우지 않겠다.” 입니다. 뒷부분은 “너희를 위-해-”가 맞아요. 이걸 싱어롱 이벤트 때 알려드렸어야 하는 데 알려드리지 못해서 신경이 쓰였어요. (웃음)


마지막으로 엔딩 이후에 백작으로서, 병사를 만났을 때 처음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꼭 말을 해야 할까요? 바라보고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한 100년 정도.


스타일리스트 장현우

헤어/메이크업 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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