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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하늘을 유영하는 고래처럼, 랑연 ①


<해당 인터뷰는 작품 해적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 뮤지컬 <해적> 첫 공을 올리고 어느덧 한 달이 지났는데 극 시작 전에 생각한 것과 다르게 느껴지거나 새로 느낀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새롭게 느끼는 점이 있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서 어렵기도 하고 계속 도전을 하게 되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기쁘기도 하고 헤쳐나가는 게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고…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진짜 쉽지 않아요.

공연을 올리며 즐거웠던 에피소드 하나만 말씀해주세요.

공연 중에 있던 에피소드로는, 스페셜 커튼콜 때 일이 있었어요. 제가 상대 배우에게 손수건을 매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는 공연이 끝나고 하는 커튼콜이라 소품이 준비가 안 되어있는 상황이었죠. 근데 그 날따라 1열 관객분이 손수건을 가지고 계신 게 보이더라구요. 순간 저걸 빌려? 말아?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네요. 그날은 뽀뽀로 대체했어요. (웃음)





상대 캐스트마다 다르게 느끼시는 부분이 있다면?

이건 고민을 많이 했던 질문인데… 상대 배우마다 중요하고, 그 느낌들을 단어로 구축해보고 싶어서 미리 정리를 해왔어요.


순택 오빠는, 밤바다의 밤길을 비춰주는 스텔라 마리스의 빛줄기 같아요. 찰랑거리는 바다 물결 같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기범이는 빅토리아와 닮은… 장난꾸러기… (웃음) 모험을 즐길 줄 아는 모태 해적의 핏줄이 흐르는 루이스예요. 정말 모태 해적의 힘이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그런 성격을 가졌고. 기범이가 그리고 있는 앤을 처음 만났을 때는 묘한 기분도 들어요. 내가 앤을 보는 순간의 떨림도 있는데 결전의 상대라는 긴장감도 같이 공존해요. 앤과 메리를 만났을때의 설렘이 큰 것 같아요.

찬민이는 제 상상 속의 로즈 사파이어처럼 붉고 짙게 빛나는, 슬픔을 머금은 강하고 당찬 아이. 그렇지만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 앤을 가지고 있어요.

아무래도 각자 이렇게 다른 느낌들이 있다 보니 저도 잭과 메리를 했을 때 미묘하게 달라지는 부분들이 생기고, 관찰을 하다 보니까 저도 더 상대를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넘버나 장면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장면은 Love and first sight. 상대와 첫 결전의 순간에 혼돈의 감정과 육체적 대결이 공존하는 순간이 참 짜릿한 것 같아요. 넘버 같은 경우에는 메리 22번. (웃음) ‘우리 모두의 기억나지 않는 꿈’이라는 넘버요. 지금은 노동요 reprise가 없어져서 이젠 21번일지도 모르지만.

그 넘버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가 나왔을 때부터 내 노래다 싶었어요. 내가 이 노래를 가장 잘한다 이런 게 아니라, 이 곡의 드라마를 내가 꼭 표현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작가님이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단어들과 작곡가님이 써주신 선율이 어우러진 이 곡을 만났을 때 너무 감동을 받아서 이 곡을 내가 해내고 싶었어요. 내 곡으로 체화를 시키고 싶은 느낌에서 내 노래, 라고 표현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 대본을 받아보고 표현하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익숙지 않은 단어들과 문장을 잘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해적이라 하면 거칠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 초반에는 이 극 속에서 등장하는 해적은 어떤 이미지일까, 어떤 인물일까.라는 궁금증들을 테이블 작업을 통해 연출님과 배우들과 함께 풀어갔어요.



연기하시면서 본인의 잭, 본인의 메리에서 더 드러내고 싶은 포인트가 있다면?

우선 잭은, 메리한테 미안하지만, 연습 초반부터 지금까지도 잭한테 좀 더 할당량을 쏟아붓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접근하기에 쉽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다른 배우들에게 도움도 받고 서로 배우며 연습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잭은 분명히 실력파예요. 이 친구는 항상 갈고 닦여있는 실력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다만 문제는 해적으로써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라는 것. 그거 때문에 결국 이 사건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선장이 될 수밖에 없는 실력파다. 하지만 그런 인간적인 면모 때문에 사건의 원인 제공이 되는 것 같아요.

메리는 상대적으로 잭보다는 덜 고민했던 것 같아요. 메리는 저로부터 시작해서 좀 더 빨리 다가간 것도 있었고, 싸움하는 것도 그렇고. 저도 운동신경도 있는 편이고. 약간 단답형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기꺼이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인 점도. 메리는 아무래도 제가 묻어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메리가 나오는 순간부터 2막 전까지 서사들이 굉장히 빠르잖아요. 표정 변화를 집중해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오만가지 감정과 표정이 나오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더 눈여겨보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잭이나 메리에게 가장 소중한 또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해적다움. 명사로 만들기가 어렵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해적은 어디에 국한되어있는 이미지가 아니에요. 극에서 ‘규칙이 참 많네’라는 대사가 있긴 하지만 자기가 해적답게 살기 위한 모습이 가장 중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해적다움을 지키기 위한 규율일 뿐이라고. 그리고 그 규칙들을 다 어기기도 하고요. (웃음)


잭에게 루이스란, 메리에게 앤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루이스에겐 형이 되어주고 싶고 친구가 되어주고 싶고 제일 마지막으로는 아버지가 되어주고 싶어요. 같은 배를 타는 동안에 끈끈한 유대감이 있었을 텐데, 아버지의 존재로 남아줄 수 있다면 그렇게 되어주고 싶어요.

앤은 저에게 온기에요. 따뜻한 온기에요. 제가 싱글 앨범이 있는데 제가 처음으로 가사를 쓴 곡이 있어요. ‘그대라면’이라는 곡인데, ‘차갑게 쌓인 눈 위에 꽃잎이 돌돌돌 내려앉으면~’ 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이게 차가운 존재 위에 꽃이 떨어진 거잖아요. 그런 것들을 온기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저한테는 앤이 그런 느낌이에요. 손을 잡아주는 장면도 그렇고 온기 때문에 변화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요새 정말 많은 사랑을 받는 극인데, 본인이 생각하는 뮤지컬 <해적>이 사랑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저희 창작진과 제작진들이 서로 너무 사랑하고 응원하고 힘이 되어주는 게 1차적인 것 같아요. 다른 작품도 물론 그렇지만 서로를 너무 아껴요.

이차적으로는 저도 왜 이토록 많이 사랑해주실까 생각을 해봤는데, 제가 해적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싶었어요. 소재부터가 우선 해적선을 탄다는 자체의 설렘이 있잖아요. 그리고 그 안에 인생이 있어요. 단순히 해적들이 싸우고 이런 이상적인 그림뿐 아니라 그 안에 다양한 면모와 사랑들이 보이고 인간사가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같이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해소가 되는 감정들도 있고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힘들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해적선을 타는 순간부터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거죠. 그렇다고 또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동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양한 인간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힐링되는 포인트도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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