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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해적> 릴레이 인터뷰 - 랑연 & 임찬민 배우




참여하게 된 계기나 참여 소감 부탁드립니다.


임찬민 : 이 바로 전 작품이었던 <신흥무관학교>에서 작가, 작곡가님을 만났어요. 그리고 두 분이 신작이 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저도 두 분과 작업하는 게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그 기분을 2019년에도 한 번 더 느끼면 좋겠다 싶어서 흔쾌히 수락했죠. 랑연이랑은 같은 작품을 한 적이 없긴 한데, 친구로 알고 지내고 있었어요. 예전에 한 번 랑연이가 인스타 라이브를 할 때 어떤 분이 ‘두 분 같이 2인극 해주세요.’라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그 댓글을 보면서 ‘그래, 우리가 만들까?’라면서 우스갯소리로 넘어갔었는데, 그분께서 꿈을 이루어주셔서 이렇게 진짜로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말이 씨가 되어서 현실이 되었네요. (웃음)


랑연 : 작곡가님과는 <더 넥스트 페이지>라는 작품으로 이미 만난 적이 있어요. 갓정아라고 찬양하고 있어요. 저는 작품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이거든요. 작곡가님께서 2인극이 있는데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고, 전 ‘2인극 전문 배우입니다.’라고 대답했어요. 작곡가님과 한다면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또, 작가님이 만드시는 캐릭터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꼭 해보고 싶기도 했구요.


각자 극 중 맡은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임찬민 : 저는 루이스 윈터와 앤 보니 역을 맡았구요. 루이스는 작가예요. 꿈 많은 소년이자 작가죠. 앤은 실존 인물이에요. 변호사인 아버지의 사생아로 태어나서 거칠게 자란 여성으로 알고 있어요. 인생 자체가 기구해서 거칠어진 인물이죠. 좋은 집안에서, 돈이 있는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교육은 받았겠지만, 옛날에는 사생아는 인정받지 못한 존재였잖아요.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다른 세상에 대한 갈망을 가진 인물로 그려져요. 틀에 갇히는 것을 도전적인 정신으로 타파해나가는 인물입니다. 루이스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랑연 : 제가 맡은 역할은 잭과 메리인데 두 배역 모두 실존 인물이에요. 앤, 메리, 잭이 같은 시대에서 함께 항해했던 인물이거든요. 칼리코 잭 같은 경우에는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는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페로우’랑 비슷한 것 같아요. 둘 다 이름도 비슷하고, 실존 인물에게서 모티브를 가져와서 픽션을 결합한 인물이니까요. 또, 칼리코 잭은 좀 더 유연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인 것 같고, 또 인간적인 면모를 좀 많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예요. 메리 역시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긴 하지만, 앤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런 부분보다는 단면적인 거침을 많이 드러내는 사람이에요. 앤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캐릭터죠.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메리가 잭보다 더 거칩니다. (웃음) 여기까지! 오셔서 보시면 돼요! 가사 안에 그 캐릭터의 생애가 전부 담겨있기 때문에 오셔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작품인 만큼 특별히 더 찾아보신 자료가 있으신가요?


임찬민 : 사실 이야기가 170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찾아볼 수 있는 텍스트 자체가 방대하진 않아요. 그 짧은 토막을 가지고 작가님이 작가적인 세계를 펼쳐서 이 엄청난 대항해 서사시를 쓰셨다고 생각해요. 앤의 서사적인 드라마를 보면서, ‘이 여자에게 거친 면모가 있다.’ 정도로 해석을 해서 이 캐릭터에 접근하고 있어요. 이 인물이 그런 환경에서 자라나면서 그렇게 억세져야만 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내적으로 분명히 따뜻하고 부드러운 면도 존재하고 또 충분히 교육받은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지점들을 어떻게 잘 묘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잭과 앤과 메리의 서사를 만들어갈 때 그 토막글이 도움이 되긴 했지만, 작가님과 작곡가님이 표현해두신 곡과 대사에 그 캐릭터의 성격이 잘 녹아 있거든요. 그래서 그 글은 그대로 이해를 하고, 저는 대본에 좀 더 집중해서 연기하려고 하고 있어요.


랑연 : 사실 전해져오는 이야기와 저희 스토리 사이에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여기서 작품에 반영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두 사람이 서로의 성별을 공유했다는 거죠. 또, 앤이라는 인물이 리더쉽이 엄청났다고 하는데 그런 사실을 참고하면서 메리로서 앤을 바라보고, 잭으로서 앤을 바라보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임찬민 : 저희 극이 역사적으로 구전되어 온 것들에 있어서 굉장히 많은 부분들이 재창조되어있다는 것을 인지하셔야 해요. ‘구전’이라는 것도 사람들이 살을 덧붙여 한 편의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처럼 저희도 저희만의 ‘해적’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모티브 안에서 그 인물을 정확하게 똑같이 구현해내겠다는 목적성보다는 ‘그 해적 시대가 과연 어떤 시대였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면 저희 극이 세 실존 인물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연습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임찬민 : 전반적으로 다 쉽지는 않았어요. 그냥 넘어가지는 게 없어요. 연출님 스타일 자체도 한 땀 한 땀 만들어가시는 분이거든요. 조각조각을 하나하나로 만들어 이으면 쉽게 찢어지지 않는 견고한 가방이 만들어지듯이, 저희 작업도 그런 과정을 따라가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이런 작업을 거쳐서 만들어진 작품이 가지게 되는 가치가 상당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쉽지가 않아요. 좋은 대본과 곡을 주셨고, 그 안에서 제가 잘 녹여내야 하는 데 쉬운 작업은 아닌 것 같아요. 또, ‘두 배역을 표현하고, 또 그사이를 오가면서 이 두 인물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까’라는 고민은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하게 되는 고민이에요. 한 무대에서 내가 하는 어떤 연기, 혹은 내가 보이기보다는 두 사람이 명확하게 보였으면 좋겠거든요. 그런 고민들을 계속하게 되는 끊임없는 숙제인 것 같아요.


랑연 : 등장부터 힘들어요. (웃음) 제가 잭으로 처음 등장을 하거든요. 제 머릿속에서 ‘난 남자야, 혹은 여자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시작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더라구요. 아무래도 여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극 중에서 잭이 직면하게 되는 순간순간들을 표현하고 싶을 때, 상상하고, 간접적으로 경험을 하고 또 찾아봐야 하거든요. 요즘은 그런 것들을 만들어내는 시간이 필요한 기간인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건 저희 배우들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거죠. 아무리 모든 배우가 모든 음역대 소화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저희가 남자로서 음역을 맞춰야 하는 부분도 있고 또 각자 보이스나 색깔에 차별화를 둬야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크로싱 되는 부분에서 엄청난 작업이 필요하게 된 거죠. 그래서 음악팀, 음악 감독님, 작곡가님, 연출가님 모두 애써주시고 있어요.


임찬민 : 그러니까 한 곡이 나오면 세 개의 악보가 필요하다고 보시면 돼요.



인상적인 장면이나 넘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임찬민 : 좋은 장면이 정말 너무 많아요. 넘버 중에는 짧게 공개된 곡 중에 백기범 배우가 부른 <항해일지>라는 곡인 것 같아요. 그 곡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좋았어요. 장면 중에서 꼽자면, 앤이 자신을 스스로 변호하는 장면이 있어요.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고, 공연장 오시면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웃음) 그게 1700년대의 여자의 위치 혹은 사생아의 위치만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지금 2019년의 누군가가 듣더라도 굉장히 속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로 시대적인 상황을 뛰어넘어서 여성으로서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해요. 그 노래가 들어있는 전후의 장면을 연기하면서 이 부분을 정말로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랑연 : 후반부에 메리가 앤과 만나고 나서, 두 사람의 정서가 깊게 오가는 장면이 있어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씀은 못 드리지만, 그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시각적으로 기대되는 장면들은 칼싸움이나 총싸움이 오가는 장면인 것 같아요. 소극장에서 그런 부분들이 표현된다는 점이 기대되죠.


극 중 인물 중 만나보고 싶은 사람과 그 이유는 있으신가요?


임찬민 : 한 사람만 뽑기가 너무 어려워요. 네 명밖에 없어서, 한 사람을 고르면 한 사람이 섭섭해할 것 같은데...


랑연 : 전 뽑을 수 있어요. 지금 잭을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잭에게 ‘넌 어떤 사람이니?’ 물어보고 싶어요. 한 달 정도 같이 살아보면서 그 사람의 생활 습관 같은 걸 직접 알아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웃음)


임찬민 : 저는 네 사람을 다 골고루 만나보고 싶어요. 다섯 명이 같이 맛있는 걸 먹는 거로


랑연 : 배 안에서 티타임!


임찬민 : 너도 끼워줄게.


랑연 : 그래, 좋다!


각 역할에서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포인트가 있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요?


임찬민 : 2인극이라서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지만... 저희는 한 인물로 끝까지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밸런스를 오가야 하는 작품이에요. 어떤 인물이 다른 인물로 변했을 때의 모습, 그 인물이 처음 나왔을 때의 캐릭터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끊임없이 오가는데 그 밸런스를 관객들이 얼마나 흥미롭게 봐주실지 저희도 궁금해요. 저는 그 부분이 가장 숙제이기도 하지만 아주 잘 풀어지면 멋진 숙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랑연 : 저희가 지금 기존에 공개되어있는 캐릭터가 네 명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모든 배우가 구현해내고 있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놓치시면 힘드실 거예요. (웃음) 연극적인 부분들도 많기 때문에 음악만 들었을 때는 힘든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요.


임찬민 : 여러 번 보세요! 등장인물 수 만큼 보러 오셔야 다섯 번째쯤 이 배가 내 배 같고, 내 이야기 같고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이 페어의 장점, 혹은 페어나 혹은 배우별로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면?


임찬민 : 우리가 여성 2인극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무기인 것 같아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랑연 : 그거에 대해서 저희가 늘 말하는 게 ‘누군가 몰라주더라도 우리에겐 그런 사명감이 있다’라는 거예요. 뮤지컬 판에 다양성을 부여할 수 있는 컨셉이라는 게 생긴 거죠. 그리고 ‘여자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극, 배역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걸 넘어서서 구분 없이 ‘우리는 같은 배우이기 때문에 이렇게 함께 표현하고 작업할 수 있구나.’는 걸 느끼고 있어요. 같은 역을 남자 배우들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보면서 공부할 수 있게 됐거든요. 그런 환경에서 작업이 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이자 서로에게도 굉장히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까지는 각 페어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기 보다는 서로 같이 보고 공유하고 배우고 서로에게 알려주는 단계인 것 같아요. 페어끼리 어떤 합을 보여줄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연습한 지 한 달 정도 된 지금 이 시점에서 보더라도 전부 다 다를 것 같아 보여요.


임찬민 : 아마 그것들이 합쳐져서 하나의 해적이 될 것 같아요. 어쨌든 전부 다른 색이겠지만 이들이 이 배에 탄 사람은 분명하구나 싶을 거예요.


랑연 : 아, 그리고 같은 넘버를 키만 바꿔도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임찬민 : 오히려 남자배우가 불렀을 때 부드럽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도, 여자 배우가 부르면 오히려 더 파워풀하게 느껴질 때도 있구요. 같은 템포, 같은 선율인데 너무 다른 버전처럼 느껴지거든요. 페어마다 느낌도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상대배우에게 한 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임찬민 : 배가 항해할 때 방향을 알려주는 별을 ‘스텔라 마리스’라고 부른다고 해요. 각자 서로의 스텔라 마리스가 되어서 서로의 길을 비춰줬으면 좋겠어요.


랑연 : 전 요즘 고래에 빠졌거든요. 그 스텔라 마리스를 바라보며 헤엄치는 청보라 빛 고래가 있는데, 우리는 그 고래 등을 타고 같이 반짝거리자! 같이 헤엄치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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