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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인터뷰 - 강찬 ①

헤르만 헤세 원작의 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골드문트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강찬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여정과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같아 보이지만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올 7월 2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지점을 찾아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금빛으로 빛나는 따스한 어느 날, 인간 강찬으로부터의 기록.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맡은 역할 및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골드문트 역을 맡아서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강찬입니다.


이번에도 골드문트에 맞춰 유일하게 탈색하셨어요. 사실 캐릭터를 위해 탈색을 한다는 게 매우 큰 용기고 고충이잖아요.


초연 때 탈색하고 두피에 화상을 입어서 두 번은 못 하겠다 싶었거든요. 하지만 관객분들이 그때 찍어주신 사진을 가끔 되돌아보면 잘 어울렸던 것 같고, 그 모습을 보시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었어요. 최대한 원작의 느낌이 날 수 있게 노력한 일환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골드문트는 어떤 인물인가요?


자유롭고, 모든 것들을 감각과 체험을 통해서 삶을 경험하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더 앞서고, 추상적인 감각을 먼저 따르는 캐릭터죠. 요즘 MBTI 분류에 따르면 ENFP인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수도원을 떠나 다른 경험(작품)을 하고 다시 마리아 브론으로 돌아온 것이 극 중 골드문트가 겪은 이야기 와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초연 이후의 이야기와 재연에서 다시 만났을 때의 변화가 듣고 싶습니다.


초연 때도 정말 열심히 했고, 이 캐릭터를 깊이 이해하려고 여러 방면에서 연구했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골드문트라는 캐릭터는 직접 삶을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깊이가 더해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저를 무엇으로 규정해야 하는지 늘 어려워요. 어디서는 활달하고, 다른 곳에서는 내향적이고… 상반되는 면이 많은 것 같아서 최근에 MBTI 검사도 다시 해봤어요. INTP가 나오긴 했는데… (웃음)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나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렸을 땐 나에 대한 간단한 명제도 잘 내리지 못할 때가 있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를 잘 알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이전보다는 내가 이럴 때 행복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부분들이 극과도 연결되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1년간 인간 강찬으로서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여러 작품 속에서 많은 인물을 거쳐온 후에 다시 골드문트를 만나니 이전보다 한 층 더 깊어진 것 같습니다.

이번 재연에서는 사람의 본질과 성향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해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서로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정반대의 성향을 지니고 있잖아요. 이번 공연에서는 유독 전혀 다른 사람을 닮아가고 함께하려고 할 때 발견하는 공허함과 상실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발견하는 데서 오는 기쁨. 그 과정에서 비어있는 퍼즐 한 조각을 찾았을 때 느껴지는 환희 등의 감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원작에 나오는 점박이를 언급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원작에서 더 가져오고 싶었던 장면이나 감정이 있었나요?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윤상원 연출님이 선택과 집중을 해서 한 편의 뮤지컬로 압축을 훌륭하게 잘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간의 제약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원작에서 생략된 부분들도 있었고, 책을 읽으면서 강한 인상을 받았던 부분들을 관객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몇몇 시도를 해보았어요. 원작을 읽었을 때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마리아 브론 수도원에 어떻게든 발붙이려고 고군분투하는 어린 골드문트의 고독함이 크게 와닿았거든요. 어디에도 갈 곳이 없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그 고독함이 결국 나르치스를 동경하는 마음에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기에 극 중에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원작에서는 유일하게 수도원에 함께 온 점박이 말에게 종종 의지도 하고 “아직 날 사랑하니?”라고 묻기도 하는데, 꿈에서라도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아이의 고독함이 무의식중에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서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원작에서 골드문트가 마지막 방랑을 떠나자마자 낙마하여 갈비뼈를 다치는 사고를 당하는데, 이때 골드문트의 상태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느껴졌어요. 호기롭게 방랑을 떠났으나 건강도 잃고, 찬란하고 싱그럽게 빛나던 모습은 온데온데간데없이변해버린 느낌이 크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무한대의 궤도를 걷는 장면에서 낙마하여 몸이 온전하지 못하고 생기를 잃은 느낌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골드문트와 본인이 닮은 점이 있다면요?


저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크게 감동하는 편이에요. 나이가 들었나? (웃음) 오늘도 스케줄 이동 때문에 다리를 건너는데 한강이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강줄기와 옆에 자라난 수목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벅차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여행을 가더라도 도시보단 자연 그대로가 있는 곳을 좋아해요. 작년에 미국을 다녀왔었는데 동부, 서부를 다 다녀왔어요. 동부에서 만난 화려한 도시도 인상 깊었지만, 서부에서는 운전해서 협곡 사이를 며칠 밤낮을 달렸던 게 아직도 정말 기억에 남아요. 하루 종일 운전하다가 풀 뜯어 먹는 얼룩소 보고, 사막의 선인장 보고 그런 게 전부였는데도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정말 좋았어요.



골드문트가 방랑 속에서 찾고자 하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 부분이 저도 처음엔 아주 어려웠어요. 사전적인 의미로는 어렸을 때 헤어진 어머니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방랑을 통해 만난 어머니라는 것은 좀 더 크고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이거든요. 초연 때에 이어 지금까지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사를 예로 들고 싶은데요. ‘당신은 어떻게 죽으려고 하죠? 어머니 없이는 사랑도 할 수 없잖아요. 어머니 없인 죽지 못하는 거 아닌가요?’입니다. 여기서 골드문트가 말하는 어머니는 삶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르치스가 이성과 지성 그리고 책과 학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인생보단, 내가 직접 감각하고 상실하고 반복되는 허무 속에서 삶을 경험하는 것. 죽음으로 가는 과정의 끝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어머니는 결국 이 삶 자체였구나.’라는 최종적인 깨달음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골드문트 입장에서는 나르치스가 책과 지식에서 습득한 것은 직접 마주하고 사랑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인단 말이죠. 따라서 골드문트가 나르치스에게 말하는 ‘어떻게 죽으려고 하죠?’라는 것은 ‘죽음’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보다 ‘당신이 이 모든 걸 경험해 보지 않고 어떻게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가깝다고 얘기할 수 있겠네요.


골드문트에게 들리던 물방울 소리가 끝에는 나르치스에게도 닿는데, 그 의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위에서 한 이야기에서 이어지는데, 저는 그 소리가 균열의 소리라고 생각했거든요. 말하자면 골드문트가 자각하지 못했었던 본능을 깨우는 어머니의 소리겠죠. 나르치스 역시 골드문트가 겪은 삶과 죽음에 대해서 느끼기 시작한 지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극에서 골드문트와 나르치스의 다른 성격과 지향점의 대비가 두드러지는데, 둘의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본능을 받아들이는 시각이요. 나르치스는 자신의 본능을 계속해서 누르려고 하고, 골드문트는 발길 닿는 대로 사는 편이죠. 그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배우 강찬에게도 나르치스같은 존재나 개념이 있을까요? 반대되지만 그것을 통해 새로 깨닫기도 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지온 배우요. 저랑 진짜 친하지만 진짜 다르다고 생각하는 친구예요. , 데뷔를 함께해서 11년을 알고 지내왔지만 정말 사고방식이 달라요. 고민 상담을 나눌 때도 서로 얘기해주는 스타일도 다르고요. 심지어 현재 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생각이 많이 달라요. 하지만 지온이 말을 듣고 나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고, 이해돼요. 그리고 또 한 명을 꼽자면 저희 회사 대표님도 정말 저와 다른데 엄청난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분이에요. 대표님은 굉장히 쿨하고 대담하시거든요. 제가 결정을 주저하고 있으면 명쾌한 답을 내려주실 때가 많아서 종종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


각 나르치스에 대한 인상에 대한 얘길 듣고 싶어요.


(박)유덕이 형 나르치스는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차가워요. 그어놓은 선 이상 넘어올 수 없게 하는 나르치스예요. (유)승현이 형은 표정에서 많이 드러나기 때문에 솔직한 나르치스예요. 그래서 승현이 형과 공연할 때 제일 재밌는 지점이, 골드문트가 만든 조각상을 보고 나르치스가 감탄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전까지는 차갑게 굴다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표정을 보여줄 때의 대비가 재밌고 귀여워요. (임)별이 나르치스는 따스하죠. 어쩌면 가장 감정적이고, 숨기지 못하는 나르치스인 것 같아요. 나르치스가 수도원 시절부터 골드문트에게 끌림을 느끼는데 외면하려고 노력한단 말이에요. 자꾸만 골드문트가 눈에 밟히는 게 저한테도 느껴져요. (웃음) 그리고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원)우준이, 이 친구도 새롭더라고요. 가장 저와 대등한 위치로 서 있는 것 같은 나르치스였어요. 무게의 균형이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나르치스가 우위에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이야기가 흐르면서 균형이 맞춰지거나 전복되는데, 우준 나르치스는 수도원에 있을 때부터 나와 좀 더 수평적 위치에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조금만 더 가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좀만 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저 사람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해요. 그리고 우준 나르치스도 정말로 우리가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후반에 무게 중심이 전복됐을 때 크게 감화되는 것 같은 나르치스예요.



극 중 나르치스와 함께 길 건너는 부분이 매번 달라지는데 가장 놀리는 재미가 있는 나르치스는 누구인가요?


일단 호응도가 가장 좋은 건 임별 나르치스요. 당기는 대로 다 끌려와 줘서 가장 재밌고요. 진짜 안 받아 주는 건 승현이 형이나 유덕이 형인데, 유덕이 형은 웃으면서 다 해줄 것처럼 하면서 안 받아줘서 좀 더 화가 나요. 우준 나르치스는 호응은 해주려고는 하지만 당하기만 하지 않으려는 저항이 보이는 나르치스라고 생각합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나요?


골드문트 입장에서는 어머니의 존재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연구하면서, 이 길이 어머니에게로 가는 길이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고 떠나거든요. 그래서 골드문트 입장에선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남겨진 나르치스들에겐 어떨지 모르겠어요. 허무함을 크게 느끼는 나르치스도 있을 수 있죠. 반대로 깨달음이 큰 나르치스도 있을 수도 있고. 그 물방울 소리로 골드문트처럼 생애를 감각하고 공허했던 부분을 채워가려고 노력하는 나르치스일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해피엔딩일 수 있지 않을까요?



끝으로 본인이 연기하는 골드문트에서 관객들이 놓치지 말고 봐주셨으면 하는 포인트나 느꼈으면 하는 감상이 있다면?


한 인물의 일대기를 관객들과 같이 경험하는 구조로 되어있잖아요. 이 이야기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성장 서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물들이 나이가 들고 깨달아 가는 과정에 집중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수도원 시절엔 나르치스가 우위에 있었지만, 후엔 골드문트가 깨달음을 주는 무게 중심의 변화 과정도 재밌는 거 같아요.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넘버들도 그렇고, 담고 있는 정서들도 굉장히 섬세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자칫 공감이 안 되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최대한 섬세하고 친절하게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첫을 망설이시는 분들에게 저를 찾아와 주신다면 납득이 가는 연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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