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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 소나타> 인터뷰 - 유현석

최종 수정일: 2023년 4월 12일

"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음악. "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6월 4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광염 소나타>, J 역으로 출연 중인 유현석 배우를 만나보았습니다.


※ 해당 인터뷰는 뮤지컬 <광염 소나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기 소개 및 배역 소개 부탁드립니다.


뮤지컬 <광염 소나타>에서 J 역할을 맡은 유현석 입니다. J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재능은 있지만 자신의 재능을 믿지 못해서 열등감에 빠져 있는 사람입니다.



<광염 소나타>에 참여한 계기가 있다면요?


다미로 감독님 하면 가장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이잖아요. 그리고 감독님이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하시거든요. 기존에 다미로 감독님과 친분이 있는 사이라 이분이 이렇게 사랑하는 작품의 곡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어요. 곡을 들어봤을 때 우선 음악이 너무 좋았고요. 그래서 언젠가 꼭 같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J와 자신이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음... 우선 평범하다는 것? 그리고 저도 J처럼 열등감이 있다는 거요.



재능이 있으신데도 평범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정말 J와 닮으셨네요. (웃음)


제가 느끼기엔 J에게는 재능이 있지만… 제 스스로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팬분들이 편지를 통해 저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씀을 해주시는 것 보면… 항상 감사하죠. (웃음)

반대로 J와 제가 다른 점은 열등감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요. 저는 J와 다르게 열등감을 느끼더라도 그걸 되게 좋은 계기로 삼고 있고 J는 조금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갔던 것 같아요.



우선 본인이 생각하는 J는 어떤 인물인가요?


이 작품 안에서 캐릭터로서의 J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져줄 수 있는 역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J가 평범하고 보편적인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야 S나 K가 가진 색채감도 조금 더 잘 드러날 것 같고요.

J가 가진 과거는... 제가 배우가 됐던 이유랑 J가 음악을 시작했던 계기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집에서 계속 티비만 보던 때에 ‘어 나도 저걸 해보고 싶다.’ 하고 했던 것처럼 J도 음악을 듣다가 그런 결심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처음엔 J가 음악을 즐겼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어려움에 부딪히고. 좋아하던 음악을 단순히 즐기지 못하게 됐을 때 오는 데미지가 크지 않았을까. 저도 같이 연기를 하는 친구들을 보며 열등감을 느낄 때도 있거든요. 다만 J는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인 거죠.



S와 함께하던 작업실을 나온 후에 극이 시작되는데요. J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요?


우선은 홧김이었을 것 같아요. 홧김이지만 홧김이 아닌... <너의 존재>라는 넘버에서 ‘받았던 큰 관심은’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저는 사실 그 가사를 큰 관심’도’라고 생각이 되더라고요. 열등감이라는 건 갖게 되면 점점 범위가 커져 가는 느낌이 있어요. 처음엔 S의 음악이었지만 그 후에는 S의 주변이나 환경에 대해서도 열등감을 느꼈을 거고 그렇게 커지면서 어느 순간 우발적으로 선택을 한 거죠. 물론 그 과정에서 S는 모르게 최대한 숨기면서 가면을 쓰고 살았을 거예요. 숨기면서 누르고 있다가 제대로 말하지 않은 채 도망쳤다고 생각해요. 숨겼다고는 했지만, S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겠죠. 둘 다 알고 있는데 말하지 않으면서 곪아간 게 아닐까요.



J는 나중에라도 돌아갈 마음이 있었을까요?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 비해서 나는 계속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면 앞서 나가는 친구와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적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J도 음악을 완성해서 S와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생각해요. 수준이 맞게 같은 높이에서 음악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J는 그런 생각을 가졌을 것 같아요. 그런 조건이 갖춰진다면 돌아갈 수도 있었겠죠.



S를 부른 다음에 S가 오기 전 급하게 책상 주변의 종이를 치우던데 이유가 있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 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조금 본능적인 건데 열등감으로 꼭 보란 듯이 큰소리치면서 ‘어! 나 잘 지내!’ 가 아니라 일단은 S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조금 섞여 있고요. 너무 복합적인 감정이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지금 망가져 있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우선 이걸 치우자.’ 도 있겠고요.

사실 그 작업실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S는 그런 일들에 대해 하나도 알지 못한 채 평온하게 찾아 오고요. 그래서 여기서 이런 걸 급하게 치우는 나를 보여줬을 때 드는 비참한 마음도 있어요. 그리고 S가 들어왔을 때 제가 숨긴 시체 위에 서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급하게 여기 앉으라고 말하고, 그런 여러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S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 상태의 J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S에게 “음악에 영감이 뭐가 필요해.” 를 들을 때의 감정은 어떤가요.


그 말을 들은 후에 순간적으로 J가 가지고 있었던 어떤 선이 끊기는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사실 S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찔렀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죽이는 행동이 아니었을까요.



그렇지만 S는 끝내 살았는데요. 왜 J가 S를 죽이지 못했다고 생각하세요?


본능적으로 S를 해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S를 향한 마음이 본능으로 남아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때는 굳이 누군가를 찔러서 죽인다라는 마음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나오는 거라 찌르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S의 숨이 조금 얕게 붙어있었고 그걸 굳이 끝까지 마무리하지 않은 채로 amoroso를 적었겠죠. 그 이후엔 어디에 옮겨둔 채로 자신이 S를 죽였다고 믿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S에게 Amoroso를 적나요?


저는 S를 죽인 이후엔 J가 가진 기승전결이 마무리된다고 생각해요. S를 죽인 후 J는 상황적으로는 이제 낭떠러지까지 단 세 걸음만 남겨둔 상태지만, 음악에 대한 열망과 관성 또한 조금은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그 관성으로 Amoroso를 적었지만 이젠 J에게 이 음악의 의미는 남지 않은 상태겠죠.



본인의 J가 끝내 이루고 싶었던 건 뭐였을지 궁금합니다.


음악적인 인정이 중요했다고 착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래야 S와 걸맞은 사람이 되고 다시 음악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K가 가장 유명했기 때문에 J가 원하는 큰 음악적 인정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K의 제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요. 사실 자기 자신도 정확히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당장 공허한 마음을 해소할 수 있는 게 음악밖에 없었고요.

원하던 것은 처음 생각대로 음악을 하는 것. 그 처음 마음대로 음악을 하고 싶었다는 건 그 과정 속에 S도 있는 거구요. 불안감을 내려놓고, 음악과 S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S를 함께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캐스트 별로 각 S에 대한 느낌이 다를 거 같아요.


우선 S가 J를 위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고 생각해요. 다만 색깔이 다른 부분이 있죠.

제가 느끼기에 경수 형의 S는 같이 이야기하고 많이 놀았을 것 같은 그런 친밀함이 있어요.

승현이 형의 S는 J에게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 같았던, 의지가 되는 사람.

준영이의 S는 함께 있을 때 따뜻한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말했던 것들이 딱딱 나뉘어서 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S마다 서로 다 조금씩은 지니고 있는 건데 굳이 꼽자면 각자 저런 점들이 저에게 더 크게 와닿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본인 스스로는 자신이 J와 S 둘 중 어느 성격이 더 가깝다고 생각하나요?


지금은 제가 제 안에 있는 것들로 만들어서 J를 꺼냈기 때문에 J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S를 맡았어도 또 저만의 색깔로 S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렇게 보면 저한테 S와 J가 둘 다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사람과 있느냐에 따라서 성격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거든요. 집에서는 SNS를 보며 열등감을 느끼는 J 같기도 하고 밖에 나갔을 때는 속내를 잘 말하지 않기도 하는 S 같은 부분도 있고요.



답변들이 공연의 전체를 보며 대답해주시는 부분이 많게 느껴지네요.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요? <광염 소나타>는 제 1인극이 아니니까.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형, 누나들이 다 그렇게 연기를 해서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잘해도 1명이 2명을 이길 순 없어요. 유기적인 시너지를 혼자의 힘으로 이길 순 없더라고요. 공연 자체는 같이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극 중 대선율 장면에서 종이를 워낙 잘 날리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혹시 비법이 있을까요?


종이를 날리는 건 그 씬의 주요 미쟝센이잖아요. 예를 들어,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는 장미를 터트리는 것처럼요. 배우로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쟝센의 일부를 충실히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중점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관객들이 보시기에 시각적인 장면 그자체로도 감정을 느끼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연습했죠.

비법이라면... 종이를 조금 더 채워 달라고 말씀드리는 것? (웃음)



J로서 S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S에게... “지금 좀 만날 수 있어?”

극 중에서 S를 불러내는 목적과는 다른 의미의 이야기입니다. (웃음) 공연이 S에게 열등감을 지닌 채로 시작이 되거든요. 만약에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이 10초 만이라도 나올 수 있다면 내가 S를 사랑하지만, 열등감으로 인해 미워하는 게 보일텐데 지금은 그냥 단순히 미워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둘의 <빛바래지지 않게>가 있긴 하지만 그 부분은 슬픈 감정이 짙게 깔려있어서 좀 다르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둘의 장면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 그래서 S가 찾아와서 작업실 문을 열었을 때 그 짧은 순간적인 감정이지만 죽이려고 불렀음에도 막상 얼굴을 보니 본능적으로 ‘좋다.’ 라고 느끼는 마음에 집중될 때도 있어요.



“소중한 것을 내줘야만 해.” K의 말처럼 연기를 위해 스스로 소중한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음… 아무것도 포기할 수 없어요. 별로 가진 것도 없는데 뭔가를 포기해야 하나…? 꼭 한 가지를 이야기 해야 한다면 집에서 혼자 SNS에서 하는 시간 정도요. (웃음)



그런데 작품마다 굉장한 노력을 하고 계시지 않나요? <베어 더 뮤지컬>에서는 운동도 그렇고, 이번 <광염 소나타>에서는 피아노를 익히느라 긴 시간을 노력한 걸로 아는데요.


근데 그걸 하면서 제가 포기한 것은 없어요. (웃음) 아까 말했던 ‘시간’을 들인 거죠. 어렸을 때는 연기를 위해서 어떤 것을 포기했다 치면 지금은 오히려 소중한 것들, 가족들, 친구들,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지키려고 연기를 해요. 그리고 그랬을 때 기분이 더 좋아요.



광염 소나타에서 각 악장마다 이름이 있는 것처럼, 자신에게도 음악 기호를 붙여본다면 유현석에겐 무엇이 어울릴까요?


"어떤 대가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는 없다."

지금 제가 J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베클렘트가 가장 와닿는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셨듯이 작품을 위해서 운동이라든가 피아노 연습도 그렇고 지금 준비하는 <트레이스 유>도 보통의 기간보다 길게 연습하고 있거든요. 겪어보니까 그렇게 제가 애쓴 만큼 무언가를 내놨을 때 관객 여러분이 제가 들인 그 깊이감을 알아봐 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요새 베클렘트라는 말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준비하는 것 같아요.



끝으로 본인이 연기하는 J에게서 관객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저는 보통 공연의 의미가 누구를 위로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작품은 위로가 되기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질문을 던지는 극이 되어야 하는데, 이 작품이 던지고 있는 질문의 본질은 ‘사람이냐, 예술이냐.’ 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답이 있는 질문이지만요. 그런데 J가 저지른 잘못이 너무 크기 때문에 1악장부터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못하고 결론이 나버리더라고요. 그래서 J를 연기하면서 기본적인 인간의 욕망과 동정심을 붙잡아 억지로라도 질문이 성립될 수 있도록 J로서 타당성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무슨 짓을 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인 건 알지만 공연 전체의 쳇바퀴로서 J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대본을 처음 봤을 때처럼 정말 혹시나 ‘내가 왜 살인자를 이렇게 생각하지?’, ‘내가 이상하고 나쁜 건가?’ 라는 생각도 하실 수 있는데 그건 제가 그렇게 연기를 했기 때문이지 절대 찝찝함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J에게 잠깐의 동정이나 질문이 드는 것과 별개로 관객 여러분들의 100%가 J가 하는 행동이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해 주실 거란 확신도 있기 때문에 마음껏 연기할 수 있어요.

저 또한 그랬지만 답을 알고 있는 질문도 억지로 끄집어내어 스스로에게 한 번 더 하게 된다면 그건 확신 이상의 가치관으로 바뀌더라고요. 그렇기에 답이 있는 질문이더라도 이 극이 주려는 질문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저에게 예술보다는 사람이라는 명제를 더 확실히 해주는 공연입니다.

<광염 소나타>의 모든 장면의 크고 작은 희열보다 마지막 S를 마주하고 악보를 건넬 때 느끼는 감정이 앞으로 제가 살아가면서 느끼고 싶은 어떤 것이고, 관객분들도 이를 분명히 느끼실 거라 믿으며 공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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