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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탐구 ①] 오늘도 방 탈출, 김대종 배우

소위 ‘연뮤덕’, 같은 공연을 다 회차 관람하는 ‘회전문’ 등 연극, 뮤지컬 판을 아우르는 관객들의 매니아적인 면모는 익히 유명합니다. 하지만 무대 위의 배우들도 역시 어떤 분야의 ‘덕후’이자 ‘매니아’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비정기적으로 매거진 두시의 ‘취미 탐구’를 통해서 배우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취미 활동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이 특집을 기획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배우를 소개하기에 앞서 ‘방 탈출’에 대해 설명해드릴까 합니다. 방 탈출은 특정한 공간에 갇혀 그 곳에서 탈출을 목표로 하는 놀이로서 이야기 진행에 맞춰 단서를 찾아 추리하는 성향을 띄고 있습니다. 이런 ‘방 탈출 매니아’로 소문이 자자한 배우가 있으니, 바로 2005년 데뷔 이후로 꾸준히 튼튼한 연기력을 보여준 김대종 배우입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맨 오브 라만차>를 비롯하여 최근엔 연극 <비너스 인 퍼>에서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약 900회의 방 탈출을 진행했다는 놀라운 기록은 방 탈출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손꼽힙니다.



우선 서울에 안 해본 테마가 그리 많지 않다는 고민 끝에 고른 한 매장에서, 방 탈출을 같이 진행해보며 그의 실력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천재적인 솜씨로 보자마자 바로 풀어버릴 거라는 예상과는 조금 달리 주어진 단서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가만히 머무르기보다는 계속 방법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정말로 방 탈출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인터뷰 전날에도 방 탈출을, 그리고 인터뷰가 끝난 이후에도 방 탈출 약속이 잡혀있다는 말에 방 탈출을 향한 그의 ‘찐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더 진행해보았습니다.


우선 현재 스코어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900회쯤 됩니다. 누군가 만들어주신 방 탈출 기록용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서 그걸로 체크해봤더니 제가 전국에 있는 방 탈출 중에 66%를 했더라고요. 현재 홍대나 강남에는 할 수 있는 방 탈출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요. 강남을 놓고 보자면 제가 강남의 전체 테마 중 86.58% 했다고 나오네요.


정말 많은 숫자인데 방 탈출은 보통 한 달에 몇 번 정도 진행하시나요.

굳이 세면서 하지는 않아요. 하루에 가장 많이 했던 적은 14번. (웃음) 많이 했던 사람들끼리 하면 손발이 척척 맞으니까 더 쉽게 하게 돼요. 2시간 만에 한 매장 안에 있는 방 탈출을 전부 끝낸 적도 있고.


처음 방 탈출에 빠지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원래 서울에서도 가끔 한 번씩 했었지만, 작년 <라만차> 대구 지방 공연을 갔었는데 ‘마스터 키’라는 매장에서 ‘오버타임’이라는 테마가 너무 재밌었어요. 그때 같이 공연하는 친구들 다섯 명이서 갔었는데 ‘야, 이거 너무 재밌다.’ 했었죠. 그러다가 서울에 올라와서 더 하고는 싶은데 일행은 못 구하고. 혼자 무작정 건대 ‘솔버’를 가서 ‘디어 마르시’라는 테마를 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이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들어갔다가 힌트만 엄청나게 쓰고 실패했고요. 그러고 나니 뭔가 약이 올라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혼자서 계속하러 다녔어요. 혼자 하다 보면 문제 독식도 많이 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 풀어주는 것 없이 오로지 혼자서 노력해서 나오고 그랬죠. 그렇게 하다가 재미를 느끼고 다른 사람들도 만나게 되고… 동호회도 들어갔어요.


동호회 모임도 자주 가지시나요?

네. 근데 모임이라고 해봐야 만나서 바로 방 탈출이죠. 생전 처음 보는 분들과도 자주 하고요, 그분들도 제가 누군지 모르는데 서로 만나자마자 문제 풀고 자물쇠 당기고. (웃음) 간혹 모집을 했는데 저를 아시는 분들이 나올 때가 있더라고요. 같이 방 탈출을 했었는데 나중에 객석에서 보이실때도 있었고요.

일상에서도 방 탈출 중독증상이 있다면?

그냥 자물쇠만 보면 따고 싶다? (웃음) 평소에도 방 탈출 안 할 때도 ‘미궁 더 라비린스’라는 미궁 문제 사이트를 즐겨 하고요. ‘카카오톡 방 탈출’이라거나 폰으로도 비슷한 게임을 즐기고 일상에서 항상 거의 문제를 풀고 있어요. 문제를 푸는 것 자체에 중독된 것 같아요.


방 탈출은 테마나 방식 등 분류하는 방법이 다양하던데 가장 좋아하는 종류는 무엇인가요.

방 탈출이 2016년도쯤부터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 초기에 나온 테마들을 소위 1세대라고 하고요. 요새는 스토리나 인테리어, 장치 위주의 방들이 많아요. 그래서 문제를 푸는 재미보다는 좀 신기한 볼거리가 있고, ‘방 탈출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매장이 는 것 같습니다. 소위 워킹(방 탈출 초보를 일컫는 말)분들을 위한 방이 많아졌다는 거죠. 그래서 난이도가 쉽게 나오는 경향이 있고 그런 분들에게 맞는 친절한 가이드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전 없어야 더 재밌어요. 제가 좋아하는 건 참신한 것. 지문이 많이 없고 최소 가이드만 주어져서 들어갔을 때 뭔가 머리를 쥐어짜게 되는 테마요. 이건 이렇게 풀어야겠구나 이게 보이는 것들은 재미가 없고, 막막한 게 좋아요. 그걸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그런 방 탈출을 좋아합니다.


방 탈출에는 공포 테마도 많은데 혹시 취약한 테마가 있으신가요?

전 공포 테마를 안 무서워해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까 연출된 상황이라는 걸 알아서 그런 것 같아요. 사람이 튀어나온다거나 이러면 무섭다기보다는 오히려 웃겨서… ‘저 사람이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게 되는. (웃음) 근데 너무 웃으면 실례가 될 수 있어서 웃음이 나오더라도 참는 편이에요.


추천하는 테마가 있다면?

부천에 있는 ‘어메이즈드’라는 매장을 좋아하고요. 거기 ‘이탈리안 잡’ 테마도 유명하지만 1호점에 있는 테마 중에 ‘프리즈너’라는 감옥 테마가 있는데 제가 해 본 감옥테마중에 제일 재밌었어요. 그리고 제가 앞서서 말했던 조건에 부합하는 방 탈출 테마인 것 같아요.

하나 더 꼽자면 ‘싸인 이스케이프’라는 매장도 좋아하는데 얼마 전에 새로 오픈한 홍대점의 ‘거상’이라는 테마요. 정말 너무 재밌어요. 홍대 ‘코드케이’에 있는 ‘꼬레아 우라’라고, 3.1운동 100주년 기념해서 만들어진 테마도 추천합니다.



방 탈출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나 팁도 줄 수 있을까요?

하고 나서 내가 어떤 문제를 풀었었고 어떤 활동이 있었는지 복기를 해두면 다음에 도움이 됩니다. 같은 유형을 만났을 때 접근도 빨라지고. 처음 방에 들어가서 뭘 해야 할지 고민하실 때 우선 자물쇠 유형부터 파악하시는 게 좋구요.

보통 초보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다수로 가셔서 한 명이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또 다른 한 명은 각자 흩어져서 수색을 한다든지 시야를 넓게 가지든지 해야 하는데 초보자분들은 전부 뭉쳐 있어요. 한 명이 뭐 하고 있나… 다 같이 지켜보면서. (웃음) 그게 실패하는 지름길이에요. 각자 흩어져야 합니다.


워낙 많이 하시다 보니 이쪽 업계에선 새로 열리는 테마마다 자문을 구하는 일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다 보면 혹시 직접 방 탈출 테마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으신가요?

많이 하다 보니 그런 연락이 오긴 해요. 저처럼 많이 방 탈출을 많이 한 사람이 몇십 명 안 되거든요. 제가 흔히 말하는 방 탈출계 고인물이라. (웃음) 테스트하면서 문제 검수도 하고 오류가 있지는 않은지, 개선했으면 하는 사항에 대해서 피드백도 드리고 후기도 쓰죠.

그렇지만 직접 만드는 일은 우선 자본이 꽤 드는 일이라… 그리고 시간도요. 이건 어디까지나 취미 생활이지 제 본업이 있으니까요. 연기도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투잡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습니다.


방 탈출과 연기 생활이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까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방 탈출은 대부분 60분이라는 시간에 맞춰서 그것을 해결해야 하지만 연기는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는 게 아니라 긴 시간을 두고 장고해야 하는 점에서 특성이 반대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비슷한 점이 있다면 스트레스 중독에 놓인다는 점이 비슷한 것 같아요. 방 탈출을 제가 계속하는 이유가 스트레스받는 상황에 놓인다는 점이 재밌더라고요. 연기도 비슷하죠. 제가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 놓여진 그게 재밌게 느껴져요. 그걸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짜릿하고.


방 탈출의 매력을 영업해주신다면?

영화나 공연을 보는 것과도 약간 비슷할 수 있어요. 주어진 시간 동안 현실을 벗어나 다른 공간에 다녀오고, 다른 어떤 무언가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거. 보통 우리가 책이나, 영상 등의 컨텐츠로 접하게 되는 것들은 감상이잖아요. 하지만 이건 어트랙션의 개념이라 직접 내가 그 공간 안에서 체험하고 그 안에 무언가가 돼서 활동하는 장르적인 재미가 있죠. 단순히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움직여서 무언가를 실행해야 하는 ‘나’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차기작 영웅본색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영웅본색.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고요. 요새 나오는 느와르들은 점점 폭력적인 부분이나 선정적인 부분에서 수위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하기로 결정한 후에 오랜만에 원작을 다시 보니 제 기억보다 굉장히 드라이한 작품이더라고요. 뮤지컬적으로 발산되는 에너지와 이런 드라이함이 더해져서 굉장히 특이한 모습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 비쥬얼적으로도 굉장히 신선한 그림들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그 추억이 생각날 만큼 충실히 따라가는 부분도 있고, 전혀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을 거예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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