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맡은 플뢰르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는지.
사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제가 참 좋아하는 작품이라 어떤 배역이든 꼭 참여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오디션을 통해 플뢰르라는 역을 만나게 되었죠. 아무래도 송스루 작품이고 노래도 어려운 데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크게 달라지는 캐릭터라 연구가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캐릭터에 대한 첫인상은 두려움이었어요. 처음 합격했다고 들었을 때 넘어야 할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플뢰르의 상대역인 페뷔스 캐릭터에 대한 인상이 궁금하다.
페뷔스마다 느낌이 전부 달라요. 그렇지만 공통적으로 페뷔스에게 화가 많이 나죠. (웃음) 배우마다 캐릭터에 본인의 성격이 어쩔 수 없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우선, 최수형 배우는 평소에도 자상하고 잘 챙겨주는 성격이라 그런지 상대로 만나면 편하고 많이 맞춰준다는 게 잘 느껴져요. 또, 수형 페뷔스는 플뢰르에게 사과할 때도 진심이 묻어나는 것 같아서 분노보단 사랑의 감정이 더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충주 배우와는 공연하면 할수록 더 분노가 커져요. 다른 페뷔스는 사과하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와서 그런지 화가 더 많이 나요. 은성 페뷔스는 자신의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상처와 아픔을 강조해서 모성 본능을 끌어내는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페뷔스 역할하는 오빠들 모두 실제론 참 좋은 분들이랍니다. 플뢰르나 페뷔스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웃음)
‘송스루’ 작품은 처음 맡으셨는데, 지금까지 해오셨던 작품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제 감정을 조금 더 표현할 수 있는 대사가 없어서 그런지 힘들었어요. 플뢰르는 넘버를 딱 세 곡 부르는데, 그 세 곡의 정해진 음정과 박자 안에서 온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게 어려워요.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중간중간 나와서 노래만으로 감정을 나타내야 하는 캐릭터라 그런지 정말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노래를 하면서 감정을 잘 표현할 방법을 계속 찾아내려고 했어요.
지금까지 주로 맡으셨던 창작 작품과 달리 라이센스 작품인데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워낙 기본 작품이 가지고 있는 힘이 크기 때문에, 제가 거기서 더 욕심을 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생각이 연습 때도 저를 가로막았던 것 같아요. <록키호러쇼>는 아예 새로운 한국 작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함께 새로 만들어가는 작품이라 다른 창작 뮤지컬과 큰 차이를 못 느꼈어요. 반면, <노트르담 드 파리>는 걸음걸이, 호흡 등 작은 것 하나까지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많이 놀랐어요.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으니까 더 쉽게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플뢰르 역을 맡으셨던 분들께 폐가 안 되도록, 이 작품에 누가 안 되도록 공연 영상을 정말 많이 찾아보고, 제 영상을 찍어서 직접 모니터도 하면서 연출님과 대화도 많이 했어요. 사실 가이드라인이 있더라도 마음을 편하게, 넓게 가지면 괜찮았을 텐데 처음에는 지레 겁을 먹고 스스로를 많이 가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안에서 전사를 만들어 분석하면서 나만의 플뢰르를 보여주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노트르담 드 파리>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혹시 공연하면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에피소드가 많아요. 그중에 뭘 말해야 할지… 아, 최민철 배우랑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이런 일이 있었어요. <노트르담 드 파리>는 싱어, 댄서, 아크로 이렇게 나뉘는데 서로 잘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내는 사이라며 분위기가 굉장히 예민하다고 조언을 해주더라구요. 이 얘기를 듣고 이지수 배우랑 제가 엄청나게 겁을 먹었어요. 실제로 연습을 할 때도 따로 했었거든요. 이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처음으로 다 같이 만날 때 바짝 굳어있었는데, 알고 보니까 <노트르담 드 파리> 만큼 가족적인 분위기도 없더라구요. 그때 깜빡 속았었죠. (웃음)
서로 너무 잘 지내서 곧 있을 지방 공연이 더 기대돼요. 맛집 투어도 다니고.. 그럴 것 같아서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웃음)
지금까지 창작 뮤지컬에도 많이 참여하셨는데, 창작 작품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예전에는 선배들이 이끌어주는 방향이 맞을 거라 생각하고 하라는 대로 했죠. 물론 작품의 일원으로써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참여하긴 했지만, 연출과 배우의 몫이 따로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이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옛날엔 주위에서 들려오던 창작 뮤지컬이 힘들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 줄 잘 몰랐어요. 전 당시에 항상 막내의 위치에 있었고, 주어진 것에 대한 이유를 찾아서 하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그러다 제게 주어진 것이 커질 때, 저도 ‘창작’이라는 작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함께 참여할 수밖에 없더라구요. 그때,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어요.
창작 뮤지컬은 하면 할수록 힘들지만 하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공연이 올라갔을 때, 관객분들도 우리가 무엇을 만들고자 했는지를 알아주시면 그게 굉장히 뿌듯해요. 이런 과정이 뮤지컬을 발전시킨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구요. 창작 뮤지컬을 하면 할수록 뮤지컬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그 과정에서 스스로가 성장하게 된다는 걸 느껴요.
차근차근 하나씩 만들어가야 하는 캐릭터에 애정도 깊으신 것 같아요. 혹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배우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창작 뮤지컬을 할 때는 공부해야할 게 많아요. <경성특사>는 경성에 대한 역사,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경우에는 원작에 대한 공부 등 미리 배워야 할 게 많아요. 그 이후에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 캐릭터의 전사예요. 이것에 집중해서 캐릭터를 연구하다 보면 그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동화가 되더라구요.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캐릭터 중 전사가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아랑가>의 아랑이요. <아랑가>는 제가 대학교 때 졸업 작품으로 참여했던 공연이었는데, 당시에 아랑에 대한 백문 백 답을 직접 만들어서 전사를 직접 만들었어요. 큰 설정부터 어렸을 때 하던 놀이, 집안과 관련된 이야기 등 사소한 설정까지 전부 질문으로 만들어서 저만의 대답을 적었어요. 그러다가 <아랑가>가 대중들 앞에 공개되어 무대에 올라가게 되었는데 그때 감회가 남달랐어요. 제가 만들어낸 ‘아랑’이 점점 발전되어 왔다는 생각에 더 많은 이야기를 열심히 만들어냈던 것 같아요.
그럼 배우님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요?
어느 캐릭터든 다 제 모습이 들어있기 때문에 딱 한 명을 꼽을 수는 없지만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경성특사> 이옥이 같아요. 그건 거의 그냥 저였어요. (웃음) 연습할 때도 주위에서 그냥 너 아니냐는 얘기 많이 들었거든요. <무한동력>의 솔이도요.
그렇다면 가장 그리운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아무래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이랑 <경성특사>의 이옥이요. 사실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되어 공연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작품이 드문데 줄리엣과 이옥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를 이끌어가거든요. 게다가 제가 언제 또 이런 역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서 이 두 친구가 너무 그리워요. 남자 주인공의 서사를 뒷받침하거나 도움을 주는 조력자 역이 아니라 오로지 나만의 서사를 그릴 수 있던 캐릭터를 두 번이나 맡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물론 지금도 공연할 때 행복하지만, 그땐 공연하는 매 순간이 늘 새롭고 짜릿했어요. 내가 무대를 다 씹어먹는다! (웃음) 이런 경험을 앞으로 더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 중에서 맡았던 역할 말고 욕심나는 다른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너무 많아요! 우선 <로미오와 줄리엣>의 머큐쇼, <노트르담 드 파리>의 페뷔스요. 생각만 해도 즐거워요. 남자 배역은 이렇게 많은데 말이에요! 아, <록키호러쇼>의 콜롬비아도 해보고 싶어요. 저 정말 자신 있거든요. 사실 <록키호러쇼>팀에서 제 별명이 ‘다다’였는데, 조형균 배우가 제게 ‘라이’라고 별명을 붙여줬어요. 제가 의미를 물어봤더니 ‘또라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웃음)
어렸을 때부터 꿈을 향해 차근차근 달려오셨는데, 지금 이 자리까지 꾸준하게 달려오실 수 있게 한 작품이나 꿈이 있으신가요?
예중에서 예고로, 예고에서 예대로 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제 목표였기 때문에 꿈이 한 번도 흔들리지는 않았어요. 그 과정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봤던 <노트르담 드 파리>가 제 꿈을 더 확고하게 해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작품을 보면서 에스메랄다라는 역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입시 때 에스메랄다의 ‘보헤미안’을 불러서 대학에 진학하고, 지금은 결국 그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는 게 신기해요. 이렇게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나 <위키드>의 엘파바처럼 제가 하고 싶은 배역을 목표로 하다 보니까 그게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 역할들을 하기 위해서 뮤지컬 배우를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어떤 작품이든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연기하고, 춤추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이제는 이렇게 공연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고, 제 평생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서 첫 연기를 하게 되었던 순간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2012년에 <롤리폴리> 앙상블로 데뷔를 하고, 어린이 뮤지컬 1년을 하다가 학교에 다니게 됐어요. 그러다 <더 데빌>에 코러스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때까지도 배우는 학생의 입장이었어요. 같이 공연하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배워가고, 작품을 감상하고… 그러다가 <무한동력>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의 길이 열리게 되었는데 그때, 덜컥 겁이 났어요. 평소에도 자존감이 낮은 편이라 그런지 내가 할 수 있을까,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무한동력> 첫공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너무 떨려서 청심환을 두 개나 먹었는데 심장이 진정이 안 되더라구요. 사실 지금도 첫 공연과 두번째 공연까지는 청심환을 먹어요. 많이 떨려서.. (웃음)
<무한동력>으로 신인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큰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 모든 게 너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죠. 전 아직도 제가 뮤지컬 배우라고 소개하는 게 쑥스러워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팬분들, 관객분들이 사랑을 보내주시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거든요. 전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을 좋아해서 시작한 거였는데… 성덕이 된 느낌? (웃음) 그래서 그런지 무슨 작품을 해도 즐겁고, 항상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어요.
CF나 드라마에서 배우님을 마주할 때마다 반가운데, 혹시 매체 쪽으로도 가실 생각이 있는지.
기회가 있으면 마다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영화 출연도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에도 몇 번 출연하다 보니 재밌더라구요. 제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 것 전부 다 해보고 싶어요. 아, 물론 뮤지컬도 계속하고 싶구요.
배우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으신가요?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요즘 날이 더우니까 에어컨도 틀어놓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집에서 TV로 영화를 보거나 혼자 영화관에 가기도 해요.
혹시 추천해주실 만한 영화가 있나요?
최근에 <아이 필 프리티>라는 영화를 봤어요. 뻔한 내용이긴 한데, 굉장히 유쾌한 내용이라 너무 재밌었어요. 거창한 의미가 있거나 심오한 영화보단 이렇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제 취향인 것 같아요. 아, <플립>도 좋아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영화도 제 취향이에요. (웃음)
배우님께 힘이 되거나, 혹시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나 대사가 있으신가요?
학생 때부터 늘 유튜브를 끼고 살았어요. 선배님들 이름을 유튜브에 검색해서, 프레스콜이나 행사 영상을 찾아보면서 여러 뮤지컬 넘버들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조정은 선배님, 전미도 선배님… 여배우 이름을 검색해서 찾아 듣는 게 제 낙이었고 희망이었어요. 그분들이 제 꿈이고 목표였으니까요. 그게 지금까지 원동력이 됐는데, 동시에 신기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전미도 선배님이 절 아신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벅차요. 유튜브로만 보던 한지상 배우님, 차지연 배우님 이랑도 친하게 지내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아직까지 전부 신기해요. (웃음)
올해로 데뷔 6년 차에요. 스스로 배우 이봄소리를 평가한다면?
전 객관적인 평가가 잘 안 되는 사람이라… (웃음) 아직도 부족한 배우죠.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제 삶의 모토기도 한데, 저를 보면서 다른 분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남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모두 다른 이유로 각자만의 힘든 사정이 있을 텐데 굳이 다른 사람에게 힘든 에너지를 주고 싶지 않아요.
배우라는 직업은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보이고,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더더욱 항상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너랑 있으면 즐거워, 보고 있으면 재밌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해피바이러스를 주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사실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을 때도 있어요. 공연이 제 뜻대로 되지 않았거나 잘 표현하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힘들 때, 제 연기가 힘이 되었고,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고, 또 위로를 받았다는 내용이 적힌 편지를 받으면 오히려 그 말을 통해 제가 힘을 얻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제가 줄 수 있는 에너지를 다 주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돼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언제나 저에게 힘이 되는 여러분! 부족한 저를 항상 좋은 시선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흥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될게요. 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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